Flow to japan 2006/fukuoka 47

20060407 요도바시 하카타

Flow to Japan 15th day Fukuoka, Japan 큰길을 따라 걷는다. 특이한 (언뜻 보면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것을 닮은) 모양의 화분이 햇볕을 받아 환하게 빛이 난다. 약간 더운 듯한 날씨.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연둣빛 햇살이 싱그럽다. 걸어가는 사람도, 뛰어가는 사람도 그 햇살을 한껏 머금는다. 엉거주춤한 자세의 작대기 씨 아래로 걷는 사람들이 묘하게 어울린다. 무사의 모습을 나타낸 듯한 동상을 지나쳐 하카타역 뒤쪽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어선다. 길을 따라 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거리에 어울려 꽤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조금 무서운 듯도 하군. -_-; 멈추어 있는, 또 흐르는 것들의 흔적을 따라서 작은 터널을 지나친다. 요도바시 하카타(ヨドバシ博多) 건물에 들어서기 전에 한..

20060407 JR하카타역

Flow to Japan 15th day Fukuoka, Japan 잔뜩 어질러 놓은 방 창문으로, 햇살이 눈부시게 스민다. 아~ 잘 잤다. 그리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시간. 꽤 오랜 시간 나와 함께한 38L 들이의 MILLET 배낭에 구기듯 짐을 챙겨 넣는다. 숙소를 나서는데, 아가씨 둘이서 주인아저씨께 지하철역을 물어보고 있다. 마침 그쪽으로 가는 길이라, 내가 알려주겠다고 했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멈칫멈칫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적응이 안 되었는지 (많이 걸어다녀서 꽤 타기도 했다.) 낯설어서 그랬는지 아가씨들이 조용히 따라온다. 잠깐이지만, 오랜만에 일행이 생기니 또 색다른 느낌. 중간에 보이는 간판을 보면서, 실없는 농담도 해가며 걸으니 쓸쓸하지 않아 좋다. 대구에서 왔다는 아가씨들이 시작하..

20060406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밤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발소리를 죽여가며 조용한 오호리공원역 안으로 들어선다. 역시 같은 곳이라도 낮과 밤의 분위기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휴.. 다행히 지하철이 끊기지 않았다. 금방 오지 않는 열차를 마냥 기다리기 좀 지루해져서 승강장을 서성거려본다. "어이구 아가씨가 떡이 됐네~" 라는 어떤 영화의 대사가 생각나는 풍경. 신기한 맘에 냉큼 사진 속에 담아두긴 했지만, 왠지 저 남자아이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우두커니 서서, 지금껏 걸었던 길 위에서, 다시 나아갈 길을 향한 화살표를 찾아본다. 여행이란 그런 것. 온갖 상념에 빠져 있는 동안 열차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앙증맞은 열차 그림이 귀엽다. 한가로운 열차풍경에 스륵스륵 잠이 온다. 많이도 걸었다. 휴우...

20060406 온기를 찾아 걷다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붉은 흔적을 그리는 소화전을 따라서, 쓸쓸함을 떨어버리며, 사람의 흔적을 찾아 걸어간다. 동네가 가까워지는지 버스도 드문드문 다니고, 조금씩 사람 사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여전히 나는 흐르고 있고, 그 곁으로 하얗게 흐르는 꽃잎들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곳을 밝히는 초록빛에 익숙해져서 아담한 골목길을 지나친다. 두둥! 누구냐 넌. -_-; 지나던 길 한쪽에서 만난 어디서 본듯한 무표정 태양 씨. 놀라기도 했지만, 나름 애교 섞인 그림. 하하. 한참 작업 중인 듯한 곳을 슬쩍 들여다 보고는 다시 길로 나선다. 나무냄새가 좋다. 작은 집 앞에 달린 특이하고 조그만 명패에 눈이 쏠린다. 뭐 하는 곳일까. 묘하게 노란 불빛에 몽롱해진다. 아..

20060406 으슥한 골목길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굉음과 함께 지나는 자동차는 궤적만을 남긴 채 다시 날 혼자로 만든다. 길은 어느새 으슥한 어둠만을 그리고 있다. 머리 위로는 거대한 고가도로만 지난다. 거리에 사람은 보이질 않고 자동차만 지난다.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모를 도로는 붉을 밝히고, 그 자리에 있다. 조금씩 바람이 불어 카메라를 쥔 손을 흔들고 있다. 길을 잘못 고른 건가? 공장들이 모여있는 지역에 들어온 모양이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차를 제외하곤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의 수가 줄어들어 적당히 어둠을 긋고 있다. 환하게 밝힌 곳을 바라보면 기계들이 가득하다. 지금껏 다녔던 거리와는 또 다른 느낌의 골목길. 무언가를 나르는 커다란 크레인도 보인다. 보트도 드문드문 놓인 것이 바닷..

20060406 텅빈 거리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작은 길을 따라서 걷는다. 한적한 거리 한편에 투명한 사각형이 빛을 보듬고 있다. 흐릿한 눈으로 길을 바라본다.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걸까. 9시쯤 되었을까.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이지만, 착 가라앉은 조용한 거리. 흔하게 지나치기 쉬운 거리의 구석구석을 바라보며 걷는다. 텅빈 거리는 밤을 재촉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사람사는 곳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그래도 사람들이 살긴하는지 보육원도 있고, 공원같은 곳도 있다. 후쿠오카 시립 중앙 시민 수영장도 나타난다. 이름은 거창한데 아담한 규모. 차들은 많이 지나는데, 걷는 사람은 없다. 희한하네.. -_-; 잠깐서서 뒤를 돌아보다가, 줄줄이 불켜진 아파트를 바라..

20060406 후쿠오카 돔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드문드문 불을 밝힌 길을 따라서 걷는다. 어둠은 점점 더 깊어져 간다. 검은 하늘 아래로 늘어선 둥근 모양의 건물이 눈길을 붙든다. 예쁜 문양을 찍어 놓은 것 같다. 가로등은 나뭇잎 사이에 숨어서 녹색 빛을 내며 길을 물들인다. 여전히 거리는 쓸쓸하다. 좀 넓은 곳에서 바라보니 동그란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 후쿠오카돔이구나.. 거대하게 동글동글한 느낌. -_-; 근처로 흐르는 바닷물엔 노란빛만 짙게 물들어 있다. 잠깐 걸터앉아 바람을 들이쉰다. 옅은 푸른빛을 내는 구름 낀 하늘은 조용하기만 하다. 입구로 한번 가볼까.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간다. 으아~ 넓구나. 근데 여기도 사람이 없다. 윽. 좀 무섭기도 하지만, 워낙에 밝게 해놓..

20060406 모모치 해변공원 걷기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어두워진 바닷가에서 쓸쓸히 자리를 지키는 가로등과 마주보고 선다. 해변을 따라 걷는다. 조금씩 물에 떠있는 마리존을 멀리 보낸다. 발끝에 부서지는 모래를 느끼며 파도를 따라 걸어간다. 문득 내가 지나온 길을 보고 싶어졌다. 뒤를 돌아서 흔적들을, 내 발자욱들을 찾아보지만 흐트러진 모래 속에선 좀처럼 찾기가 힘들다. 잠깐 앉을까.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적당히 술도 오르고, 좋다. 맥주한병 먹고 알딸딸하기는... -_-; 저 너머에는 한가로운 바닷가에 시호크 호텔이 둥근 지붕모양을 따라 불을 밝히고 있다. 아. 예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쩐지 쓸쓸해져서는 다시 걸음을 옮긴다. 빛을 너무 많이 받아버린 이 사진처럼. 나..

20060406 후쿠오카 마리존의 한 카페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후쿠오카 타워 뒤로 돌아가 보니, 아담한 광장이 있다. 이곳은 후쿠오카 마리존의 일부분. 힐끔힐끔 둘러보기 시작한다. 직선으로 뻗은 분수가 타워와 일직선으로 맞닿아 있다. 타원형의 휴식공간. 사진을 찍다 보니, 구석에 한 여인이 보인다. 어쩐 일인지 혼자 울고 있다. 조용한 곳에서 혼자 우는 여인네라... 사진을 찍으며 가까운 곳으로 가보았지만, 혼자이고 싶은 사람을 방해하고픈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우는 여인네를 보면 왠지 약해지는 남자라는 동물의 습성 때문인건지. 조금씩 주변을 빙빙 돌아보지만, 현실은 드라마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별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예쁜 조명을 밝히는 타워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입구를 향해서 걸음을..

20060406 후쿠오카 타워 근처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흐릿한 하늘사이로 쭉~ 뻗어있는 후쿠오카 타워. 삐죽빼죽하다. 조금씩 낮게 깔리는 하늘빛을 받기 시작한 거리를 지난다. 회색과 주황색의 경계를 아우르는 묘한 하늘빛 사이로 지나는 차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좀더 가까이 다가간 후쿠오카 타워. 이곳은 방송 송신탑으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묘한 분위기의 조각상이 늘어선 길을 따라 걷는다. 바닷가에 가까워 온걸 몸이 느끼는지 바람이 차다. 옷깃을 조금 여며본다. 어스름이 깔리는 거리로 가지런히 줄 맞춘 전등에 불이 들어온다. 저녁때가 다됐구나.. 붉은 조형물 사이로 입구가 보인다. 얼른 들어가 볼까나. 재게 발을 놀리는 중에 발견한 맥도날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모습이 어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