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 3

멍하니 있다

이른 낮 시간에 맥주를 한잔하고 멍하니 가만히 있다. 좋아하는 햇빛과 적당히 늘어지는 시간. 무슨 글을 적으려 했는지 모르게 그냥 펜을 꺼내들고 노트에 끄적이는 느낌이 그냥 좋다. 내 취향은 맘에 드는 동네를 걷다가 익숙한 가게에서 커피 한 잔, 맥주 한 모금 마시는 것. 해가 있을 때라면 더더욱 좋다. 얼굴이 벌겋도록 알딸딸 해지는 것을 즐긴다. 앞으로 하는 일들이 다 잘될 수는 없겠지만 가끔 이런 시간을 나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갈만 하지 않을까. 세상의 시선이 무슨 소용이랴. 내가 행복해야 부부사이도 인간관계도 스무스하게 흘러갈 수 있을텐데 자주 그 사실을 잊고 살게된다. All is Well.

from 2017 to 2020

메모를 자주 하지 않으니 가지고 다니던 메모장에는 꽤나 오랜 기간 동안 기록이 남아있다. 오랜 시간 손때 닳은 메모장을 한 장씩 넘겨보다 보면 좋은 기억, 싫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날로그 감성이란 건 참 묘한 느낌이다. 이런 감정을 좋아하지만 너무 감성적이 될까 봐 조심스럽다. 연약한 정신 상태를 부여잡고 한 해 한 해 나이 먹어가는 중.

하루이야기 202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