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달리고 달려 JR 하카타 역에 우리를 떨구고 사라진다. 역 입구를 나서는 일행들 모두가 출출하다는 생각과 이대로 들어가긴 뭔가 허전하다는 마음이 동해서 쓸만한 이자카야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일본에서는 좀 작은 이자카야를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일행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일본 드라마나 만화에서 흔히 그리는, 하루를 마친 직장인들이 들러 저녁을 먹는 그런 모습이 있는 곳. 왠지 '심야식당'이나 '고독한 미식가'에 나올 법한 곳을 찾고 싶은 느낌이다.
역 근처 골목에 있는 곳은 조금 번잡한 느낌이라 조금 떨어진 골목까지 들어섰다. 눈에 띄게 붉은 노랭(のれん)이 걸린 가게를 발견하고 밖에 적힌 메뉴판을 지레짐작으로 들여다보다가 가게로 들어섰다.
이치방타카(一番鷹ラーメン居酒屋 - http://goo.gl/N8u2g) 라는 이름의 가게. 지금 보니 라면도 파는구나..
남자 넷이 1500엔짜리 회 한 접시에 생맥주 넉 잔을 시키니 아주머니가 회 양이 적다고 몇 번 강조를 하신다. 사실 조금 먹어보고 별로면 나가면 된다는 마음도 어느 정도 있었다.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맥주가 맛있는 것에 감탄하며 음식을 기다린다.
드디어 회가 나왔다. 기대 이상으로 푸짐한 양에 놀라고 한국과는 달리 두툼하게 썰어내는 일본식 사시미의 맛에 다들 눈 깜짝할 새에 접시를 비웠다. 이자카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메뉴판에 회는 '1500엔 부터'라고 적혀 있다. 원하는 생선이나 원하는 가격대를 말하면 요리하시는 분이 직접 맞춰주시는 방식.
두 번째 접시를 주문할 때는 요리하시는 사장님과 대화를 시도했다. '아카미(붉은 살)', '시로미(흰 살)' 중 어떤 것이 좋은지 물으시길래 적당히 대답하고 원하는 가격을 말씀드렸다. 이전 접시에 맛있었던 생선이 뭐냐고도 물으시더니 요렇게 나왔다. 일행 모두가 기분 좋게 맛있게 먹었다. 맥주도 몇잔 더 마시고 신나는 분위기.
선배가 '복 튀김'이 먹고 싶다고 해서 주문한 복 가라아게. 잘 양념해서 튀겨낸 짭쪼름한 껍질도 맛있었지만, 생선살도 꽤나 담백했다.
몇 잔이나 마셨을까. 앉은 자리에서 많은 안주와 술을 해치우는 우리가 맘에 드셨는지 사장님이 꽤 잘해주셨다. 농담도 주고 받고.. ^^ 나오자마자 기념으로 사진을 찍으며 여기 단골 삼아야겠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적당히 오른 취기와 함께 숙소로 돌아가는 길. 숙소가 역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라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긴다. 밤은 어두워져 가고 한적한 거리에 우리 목소리가 아스라이 울린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규수가 가져온 팩을 다들 하나씩 얼굴에 붙이고선 훌라를 하기 시작. 맛있는 음식과 술의 덕택인지 뭔가 모르게 신이 나고 즐거운 느낌으로 들뜬 밤이 깊어간다.
필름을 갈아 끼우고나면 근처에 있는 것을 두세컷 찍어두는 습관이 있다. 잠들기전 필름을 갈아끼우고는 위층에 올라 잠을 청한다.
두번째 날은 여기까지.
내일은 나가사키에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