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니가 이렇게나 크게 키워두셨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다.
#2
푸르름을 머금은 잎사귀들이
일요일 오후의 한가로운 햇살을 받아 반질반질하게 빛이 난다.
슬슬 여름이로구나.
#3
친구들을 만나러 코엑스로 가는 버스 안.
붉게 들어온 정차 표시등이 눈길을 끈다.
#4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오션스 13을 봤던가.
아른아른한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5
하얀 구름에 가린 하늘 사이로 흐르는 한가로움을 만끽해본다.
아 사회공기. -_-; 군인은 부대 밖에만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6
KFC에 잠깐 들렀다.
치킨 한 조각과 콜라.
#7
노래방을 가자고 노래를 부르는 준정이와 함께
삼성역에서 신천으로 걸어가는 길.
손톱만한 나뭇잎을 만난다.
너는 어디서 왔니?
#8
탄천을 건너는 다리 위.
그리 뜨겁지 않은 햇살과 바람. 휴가 내내 같이 있어준 친구들.
썡썡 달리는 차들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느긋하다.
#9
고등학교 때부턴가 다니고 있는 신천의 한 노래방.
이 친구들이랑 노래방엘 가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제각기 부르고 싶은 노래를 다 부른다.
가끔은 발라드를 많이 부르는 우울한 취향 탓에 굉장히 늘어진다.
성원형에게 연락이 왔고
형이 내일 입을 정장 셔츠를 한 장 사고서는 천호동으로 향한다.
#10
창균형과 형 친구 분들이 차려놓으신 아담한 술상.
벌써 한잔들 하셨다. ^^
#11
다양한 술병.
저 나무로 만들어진 고동색 통에 담긴 술은 참으로 -_- 독했다.
#12
잠깐 바깥바람을 쐬러 나갔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13
계속 되는
카나페를 곁들인 어쩐지 럭셔리한 술자리.
#14
창균형은 사진 찍는 걸 참 싫어한다.
#15
도저히 술을 못 먹겠다고 말하고 나서는 길.
비틀비틀.
#16
비오는 날의 거리를 관통하는 조명들은
평소보다 좀 더 다양한 반영을 만들어낸다.
메마른 아스팔트 위로 촉촉이 젖어드는 노랗고 붉은 불빛.
#17
울긋불긋한 빛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18
쌩쌩 달리는 차들.
찰나의 궤적을 그리고 사라져간다.
#19
비가내린 탓인지 어쩐지 쓸쓸한 느낌의 버스 풍경.
#20
흔들리는 차창밖 불빛을 바라보며 한강을 넘어 집을 향하는 길
#21
강변역 앞 버스 정류장에 도착.
길을 건너려는데 차들이 너무 빨리 달린다.
#22
인적없는 밤거리는 차분하기만하다.
차들은 제 갈길을 찾아 달리지만
난 잠시 그렇게 서 있다.
#23
길을 건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한잔 하신 할아버님 두분.
서로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이 따뜻하다.
#24
trash군의 말 처럼 사진을 찍다보면 습관적으로 셔터를 누르게 되는 것이 있다.
나는 그 중의 하나가 표지판인데, 사진을 찍는 순간이나 기분이 묘하게 맞아 떨어질 때가 많다.
오늘은 술을 위험할 정도로 많이 먹었다. -_-;
#25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
술도 한잔 했겠다.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걷는 골목길
술이 깨는 건지 점점 차분해 지는 기분이다.
#26
집 근처에는 초등학교가 있어서
이런 표지가 길바닥에 크~게 적혀있다.
나도 좀 천천히 살아야지.
#27
빗길에 젖은 보도블럭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는
그나마 혼자 걷는 길에서 친구가 되어 준다.
#28
우산을 치우고 잠깐 비를 맞아본다.
술이 깨는게 아니라 점점 취하는 건가. -_-;
#29
하늘 한 번 바라보고 한숨을 쉰다.
아, 다시 부대 들어가기 싫다.
postScript
정말이지 오랜만에 정리하는 사진입니다.
기억력도 가물가물해져서 큰일이네요.
부디 즐겨 주시길...
부지런히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3월입니다.
당차게 준비해 보겠다고 다짐했던 것들이
게으름에 밀려 흔들리고 있네요.
좀 더 독하게 마음먹고 살아야겠습니다.
아자! 아자! 아자!
빠샤! 빠샤! 빠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