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자 마자 짐을 정리하다가, 출출해진 배를 채우려고 노란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였다.
이사가 며칠 남지 않았다.
서랍을 뒤적이다가 일본여행 때 모아뒀던 영수증 뭉치를 찾았다. 하나씩 읽어가다 보니 그 때의 기분들이 떠올라 잠시 추억에 잠긴다.
추억에서 고개를 흔들며 헤어나오고 보니, 대략 내방의 짐꾸리기 상황은 딱 이 정도... 흑....
한참을 짐뭉치의 늪에서 허우적 대다가 니티랜드(http://nittyland.com) 모임이 있어 집을 나섰다. 금방금방 오던 지하철이 조금씩 늦장을 부리길래 역 창밖으로 곧 떠나게 될 이동네를 조금 더 기억해 보기로 했다. 조금 아쉽다.
문득 기록해 두고 싶어진 문자. 기사 필기 합격이로구나. 실기 시험도 잘 할 수 있으려나. 군생활 첫 도전.
강남역 거리에 들어선다. 휘향찬란한 불빛과 북적거리는 거리는 조금씩 낯설다.
시끄러운 술집, 맥주를 앞에 두고서 이야기를 나눈다. 게임이라던지 새로나온 카메라, 혹은 드라마 이야기도 나오기도 하고 어쨌거나 즐거운 이야기 속에 푹 빠진다. 맥주에 빠지는 걸지도... 그러던 중에 니티님께서 꺼내신 GR21을 구경. 예쁜모양, 작은 크기와 특이한 뷰파인더가 멋지다.
이번엔 근영님의 R-D1. 가격도 가격이지만, 무게도 상당하다. 독특한 느낌의 digital RF 카메라. 이러고 보면 니티랜드는 카메라 동호회인 듯도 하다.
맥주와 골뱅이. 이 조합이 잘 어울린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번엔 NDSL이 등장. 월리님께서 한참 하고 계신걸 받아서 잠깐 해봤다. 게임은 슈퍼마리오 Bros.
2004년에 나왔던 NDS보다 크기도 많이 작아지고 예뻐져서 꽤 탐이나는 기계. 게임에 몰입하고 싶지 않아 꾹 참는다.
맥주를 마무리 짓고, 소주로 이동. 안주는 드림 카카오.(응?) 2차로 일본풍의 주점엘 갔다.
붉은 조명에 취하고, 쓴 소주에 취하고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른 남자들의 소년같은 이야기에 취해간다.
뜬금없이 무대를 압구정으로 옮긴다. 티거형님의 호출에 전원 택시로 이동.
이번에도 일본식 술집. 두껍고 부드럽고 맛있는 계란말이.
다시 시작된 술자리. 사진을 찍는척 하면서 딴청을...
티거형님께서 주문하신 '아게다시도후' 튀긴 두부 간장 졸임.
집으로 돌아가시는 분들과 함께 슬쩍 자리를 뜬다.
택시를 기다리는 중. 지나가는 차들의 빛에 눈길이 끌린다.
친구들이 신천에서 모여있다는 말에 그리로 가기로 했다. 택시가 잡히질 않아 조금 걷는다.
학동사거리에 이르러서야 택시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술이 조금 오르는 건지 어질어질하다.
한참 기다린 끝에 택시에 올라 신천으로 향한다. 흔들흔들.
새벽 한시쯤 됐을까? 평소 같았으면 북적거렸을 신천 한복판이 왠지 조용하다. 전단지들만 흩날리고 있다.
화살표를 따라 길을 따라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단골집 간판이 보인다. 동북양꼬치.
늘 먹던 메뉴에 늘 마시던 맥주. 늘 보던 친구들. 반갑고 즐겁다. 준정.중민.태홍.주연.
태홍군과 주연양을 보내고 나머지 멤버가 모여 노래방엘 갔다. 신나게 불러 제끼다 보니 주인 아저씨가 퇴근할 시간 되었다며 집에 가자신다.
잠실역까지 걸었던가. 버스를 기다리는 중. 오늘 하루도 잘~ 놀았구나. 이삿짐은 언제 쌀까나...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본다. 첫차가 다니기 시작한 거리에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간다.
기다리는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밍그적대며 굴러온 첫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푸른색과 검은색이 적당히 섞여있는 하늘. 구름이 그리고 있는 흔적을 헤치고 집으로 걷는다.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며 차들의 흔적도 희미해져서 조용한 거리를 가로 지른다.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봄이 오는 것처럼 아침이 찾아오고 있다.
밤과 아침의 경계.
사람없는 서울 숲을 걷는다. 동네사람만의 특권이랄까. 묘한 기분.
노란 골목길에서 홀로 주인을 기다리는 자전거를 스쳐지난다.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
푸른빛이 완연해진 하늘. 아침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