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칠 학교가 있는 신당역에 도착. 한참을 걷는다.
다들 시험을 보러 가는 모양인지 종종 걸음을 걷는 사람들. 얼굴에 닿는 거리의 바람이 아직 차다.
성동공업고등학교. 요즘은 학교 건물들이 거의 다 깔끔하다.
시험장을 간판과 함께 어우러진 좌판. 시험이 있는 줄 어떻게 아시는지 항상 먼저 자릴 잡고 계신 아주머니들.
멍하니 화살표를 따라 시험장으로 향한다. 수험번호에 맞는 교실을 찾고, 계단을 오른다.
몇번을 훑어본 시험지들을 다시 또 뒤적이며 시간을 기다린다.
고등학교 교실, 그리고 흑판과 교탁. 이상하게 반갑고, 그리운 풍경들.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 갑작스레 비가 내린다.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갈색 노선의 6호선과 보라빛 5호선이 만나는 청구역.
핑크빛과 보랏빛이 엉킨 천호역에서 한번 더 열차를 갈아탄다.
종점 부근이기도 하지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몽촌토성역에서 내린다.
또 다시 화살표를 따라 몸을 움직인다. 오랜만에 와보는 몽촌토성역.
어색한 포즈의 저 사람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동네 모습에 놀라 나도 멈칫.
몇년 전 내가 살던 집터엔 벌써 높다란 새 건물이 솟았다.
잠깐 비가 멈춘 잿빛하늘. 구름아래로 한껏 날개를 펼친 평화의 문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준정군과 중민군을 만나 맛난걸 먹으러 가는 길. 눈에 확 들어오는 쌈지 건물을 지나친다.
한껏 멋을 낸 준정군과 모자를 눌러쓴 나. 그 사이로 바람이 분다. 민간인과 군인의 거리?
카후나빌에 도착.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좋다. 은은한 불빛과 분위기.
음식을 기다리다 발견한 웃는 압정. 시험이 끝나서 긴장이 풀려버린 나도 따라서 웃는다.
마침 창가 자리가 났길래 자리를 옮겼고, 공들여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남자들끼리 이런거 먹으러 다니기 참 쉽지않은데...
지나는 차들을 구경한다. 화살표가 잔뜩 늘어서 있다.
엇. 창밖에 정신을 판 사이에 순식간에 음식이.... 흑...... 사실 나도 많이 먹었다.
준정중민군이 사온 특이하고 깔끔한 느낌의 일본담배. 돌아가서 안쪽의 아이들 주려고 조금 얻었다.
다시 조금씩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배도 부른김에 잠실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걷는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
걷는 도중 바람이 점점 세게 불어 우산이 망가져 버렸다. 일본에 갔을때 100엔 주고 사와서 거의 1년이나 썼는데... 에이. 아쉽다.
잠실역 교보문고 옆 롯데리아 아이스크림. 준정이는 이걸 참 좋아해서 지나갈때면 매번 먹자고 한다. ^^
백화점 쪽으로 아이쇼핑을 하러 나섰다. 사람들이 잔뜩인 롯데마트를 지난다.
잠깐 구경을 하러 들어간 UNIQLO에서 가방과 우산을 충동구매. 돌아다니며 낄낄대는 동안 시간은 저녁때가 다 되어간다. 근처 커피숍에라도 들어가려는 순간. 지우와 창우가 저녁을 먹잔다.
다 함께 삼성역쪽으로 이동. 참 많이도 돌아다닌다. 빗줄기는 굵어지고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은 도로를 붉게 물들인다.
기다리다 발견한 귀여운 픽토그렘의 '주의' 표지판.
묘한 분위기의 음식점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춥기도 하고 해서 커피숍을 찾아 들어간다.
'오늘의 커피' 한 잔. 남자들끼리도 생각보다 수다가 많아서 술안먹고도 잘 논다.
다시 베니건스 앞. 여기서도 발견한 화살표.
깔끔한 분위기의 베니건스. 그리고 웅성거리는 시커먼 남자 다섯.
아이들이 음식을 가지러 사라진 사이를 틈타 여기저기를 촌티내며 둘러본다.
오렌지 에이드 마시며 먹기 시작.
많이 먹지 못했는데 배만 부르고 더이상 못먹겠다. 사회 음식에 적응이 덜된건가.
카메라도 구경하고 수다로 부푼 배를 꺼뜨리는 가운데 소희양에게 연락이 와서 건대로 간다.
소희와 그 친구들을 만나 건대에서 들어간 바.
칵테일이며 맥주며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시간은 금세 흐른다.
2차를 간다고 나선 거리에는 비가 뿌린다.
다시 자리잡은 정종집에서 만난 동그란 그림아저씨. 이야기들.
아이들과 헤어져 흔들리는 거리를 따라 혼자 걸어서 집으로 향한다.
흔들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긴하루가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