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들어온 만큼 원 없이 늦잠을 자다가, 어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챙긴 물건들을 꺼내놓는다. 친하게 지내던 성가대 선배님 커플께 드리려고 준비한 액자와 오래된 사진. 오랜 시간 사랑하고 함께한 사람과 함께 살게 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일 테지. 마침 3년쯤 전에 찍어둔 사진을 찾아내고 보니 나름 의미가 있어 좋다.
스타벅스에서 지우 줄 여과기를 사고 받은 선물들. 다이어리는 연초에 꽤 비싸게 팔던 건데 많이 안 팔렸던 모양인지 이벤트로 나눠줬다. 중앙시네마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공짜 티켓까지 받고 보니 올해에는 운이 좋을 모양이다. ^^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일기장이 생긴 덕분에 일기를 쓸 생각을 해본다. 한 해 동안 잘 부탁한다. 일기장씨.
저녁이 늦어서야 또 길을 나선다. 매번 찾아주는 친구들이 고마워서 그 따뜻함이 그리워서 다시 엘리베이터에 몸을 맡긴다.
오늘의 코스는 노래방!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 대부분 노래 부르는 것을 꽤 좋아해서 자주 들르는 신천 구석 노래방엘 가면 서너 시간은 너끈히 해치우곤 한다. 친한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면 하고 싶은 곡으로 아무거나 골라 남의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부를 수 있어 좋다. 삑사리를 내도, 가사를 계속 틀려도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그런 편안함.
노래방에서 나와서는 출출해진 배를 채운다. 딸기 우유 +_+ 으하하하.
집에 돌아오는 길. 주머니에 남은 돈을 탈탈 털어 마침 집에 있는 형과 안 주무시고 계시던 어므니와 술상을 펼친다.
요즘은 밖으로 다니느라 가족들과 이야기할 시간은커녕 얼굴을 못 보는 때도 있다. 그나마 어머니, 아버지와는 식사를 같이하기도 하는데 형이랑은 엇갈릴 때가 잦다. 난 가끔 아쉬워서 형이랑 집에서 맥주를 마시곤 한다.
우리 가족은 어딘지 모르게 서로 닮아 있어서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술기운에 털어놓곤 한다. 좀 솔직하면 좋을 법도 한데 그게 쉽지 않아서 가슴 속에 쌓인 것들을 조금씩 꺼내서 한참을 떠들다가 허허 웃고 만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 이 시간이 참 따뜻하다.
postScript 나른한 11월의 마지막 주말입니다. 다음 주면 두 장뿐이 남지 않은 달력이 조금 더 가벼워지겠네요. 슬슬 마무리를 시작할 시기로군요. 남은 기간을 열심히 달려 보람찬 한해를 만들어 봅시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