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고 흘러 12월 말.
크리스마스가 가까워가는 가운데 바깥나들이를 나왔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곗바늘이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 같아 괜스레 조급해진다.
조급한 맘과는 다르게 집에서 컴퓨터를 하면서 늘어지다가
한참 읽고 있던 책들과,
늘 들고 다니는 잡동사니들을 가방에 쑤셔넣고 길을 나선다.
지하철을 타고, 걷고
다시 다른 지하철에 오른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걸음 사이에
멈칫멈칫 어색함을 떨궈내며 걷는다.
5호선 천호역. 지하철에서 내려 이마트로 가는 길.
사진점에서 일하시는 지우 어머님께
매번 필름을 부탁하는 게 죄송하고 감사해서
뭔갈 사다 드리는데 이번엔 방울 토마토를 조금 샀다.
여기저기 놓인 크리스마스 장식물들을 지나쳐
필름을 맡기고 다시 길을 나선다.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의 경계를 걷는다.
나는 어느쪽의 사람일까.
양쪽 모두 내가 속한 곳은 아닐까 하는 쓸쓸한 생각을 해본다.
덩그러니 놓인 지하철표.
조금전 누군가에 필요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발에 채이고 밟힐 뿐.
혼자다니다보면 아무래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어느새 대학로에 도착.
흔들흔들 거리를 지나 커피숍에 들어가 앉는다.
스타벅스의 크리스마스 시즌 컵.
홀짝이며 만나기로한 사람들에게 연락.
책을 꺼내 뒤적이다가 mp3를 뒤적이다가
먼저 도착한 성원형을 맞는다.
성원형이 들고온 ipod shuffle 2세대. 정말 작다.
만지작 거리며 사는 이야기를 좀 하고 있으니
나머지 일행이 도착했다는 연락이 온다.
자, 이제 술자리를 향해....
오랜만에 만난 '유유상종' 사람들과
푸짐한 안주와 맛난 이슬(?)을 양껏 즐기며 수다
분위기를 이어 2차를 가기로 했다.
연말이라그런지 자리가 마땅한 곳이 없어서
이리저리 방황하는 중.
걷는 사람들도 흔들흔들. 나도 흔들흔들.
분명히 예쁘고 맛있게 생긴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케익을 사들고 바에 들어갔지만
먹다보니 이 몰골.
그래도 맛있었다.
레몬을 잔뜩 탄 진토닉.
시끌시끌한 연말 분위기.
사람들의 온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림보를 하러 나갔었나. -_-;
뻗뻗한 몸을 이끌고 이벤트에 참가해봤지만, 열쇠고리 하나 받고 돌아왔다. 흑.
치즈를 잔뜩 얹은 나초를 먹으면서 다시 수다와 음주.
중간중간 칵테일쇼도 구경했다.
괴기스럽게 나온 -_- 바텐더의 쇼를 구경하다가
어쩐일인지 의기투합해서 노래방엘 갔다.
들어갈때는 씩씩하게 들어섰건만, 나올때가 되니 성원형은 반쯤 취침상태.
예전처럼 밤새 놀기엔 다들 체력이 달린다.
출출하다하시는 소.주 -_- 자매님들을 따라 냉면집엘 들렀다.
만두도 먹고, 든든히 배를 채운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좀 걷고 싶어서 왕십리역에서 내렸다.
취한건지, 객기인건지.
흐르는 불빛을 따라 발을 옮긴다.
'안'과 다를 이유가 없지만 미묘하게 차이가 있는 '바깥'의 공기를 들이키며
귀에 걸린 이어폰을 친구 삼아 흔들흔들.
알딸딸한 기분으로 걷고, 걷는다.
이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_-; 나는 습관적으로 이런 짓을 한다.
아릇아릇하게 보이는 골목길, 등불.
따뜻한 느낌이 좋다.
흔들흔들. 혼자서 신이나서 더 흔들흔들
산타할아버지 반갑군요. 훗.
한참을 걷다보니 한양대역을 지나쳐 간다.
간간히 다니는 차들에 아무도 없는 거리.
쿡쿡 귀를 간지러주는 음악.
흐르는 물결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건넌다.
두시가 다되어가는 시간.
한껏 기분이 올라 노래를 흥얼거린다. -_-; 고성방가 전문.
지나는 차들로 가득했던 이 곳엔
흔들리는 물결과 함께 쭉 뻗은 길이 남아 있다.
집이 가까워 올 수록 걸음은 조금씩 느려진다.
다리가 아픈게 아니라 조금더 이 분위기를 갖고 싶은 생각에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번쩍번쩍한 불빛 사이로 집으로 향하는 골목에 들어 선다.
차가 지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골목.
다들 제자리에서 잠이든 모양이다.
골목 구석구석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빛과 소리는 같은 장소를 새롭게 느끼게 해준다.
이제는 터벅터벅 소리를 내며 걷는다. 집에 다 왔다.
postScript
오랜만입니다. -_-; 다시 이야기 시작.
자주는 못 올려도 계속 해보겠습니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