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역. 지우군을 기다리는 중.
가방 속에 구겨 넣었던 필름을 꺼내 조심스레 카메라에 걸어본다.
습관적으로 필름을 걸고 나선 주변을 찍게 된다.
다들 열차를,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두꺼운 점퍼를 들고 뒤뚱뒤뚱 나온 지우군.
저땐 아직 군인이었다.
크리스마스.
동그란 불빛이 가득한 홍대거리.
사진동아리 'HOL' (Heart Of Light) 의 멤버들이 모이는 자리.
홍대를 서성이는 군인 여러명.. -_-;
멤버들이 다들 군인이다.
급하게 저녁을 먹는 분위기라서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타고르에 들렀다.
매번 먹는 것은 해물 카레.
든든히 먹어두지만 감기 기운 때문인지 으스스하고 머리도 아프고 흠...
다들 크리스마스를 즐겨보자고 모인 자리.
클럽 에반스(
Evans)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어색한 이야기들도 오가고
뭐 그럭저럭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몸 상태 탓인지 머릿속은 붕 뜬 상태.
6현 베이스를 메인으로 한 재미있는 구성의
Rio라는 밴드의 공연이 시작.
한곡 한곡 끝날 때마다 울리는 박수소리와
베이스 소리, 노란 불빛이 나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낸다.
공연하는 사람들과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아서
연주자들의 표정 하나까지 느낄 수 있는 말 그대로 Live 공연.
음악에 취한건지 맥주에 취한 건지, 아니면 감기에 취한 걸지도..
몽롱해진 기분에 빠져있다 보니 공연이 끝이 난다.
늦게 합류한 웅기군과 지우군 셋이 뭐라도 먹을까 했지만
으슬으슬 춥고 머리도 아프고 해서 황급히 집으로 향한다.
신당역을 지나는 에스컬레이터.
걸을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집앞 건널목에 잠깐 멈춰 섰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바라본 불빛들.
메리 크리스마스.
집에 돌아와선 지우가 나눠준 국화차를 끓였다.
따뜻한 기운에 활짝 핀 홀로 국화꽃에게도..
메리크리스마스.
postScript
가을도 막바지에 접어드는 기분입니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또 어떻게 보내게 될지 벌써 기대가 되는군요.
(흠.. 안에서 보내게 될 수도 있겠네요. -_-)
어쨌거나 즐거운 주말. 새로운 한 주의 시작입니다.
다들 활기차게 시작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