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맞아 돌아온 집엔 형과 준정이에게 생일 선물로 주려고 주문했던 지포 라이터가 도착해 있다.
손으로 새긴 Turely라는 글자. 담배를 피우진 않지만, 왠지 지포 라이터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액세사리.
이놈은 오리지날 지포의 반만 한 녀석. 원래는 여성용으로 나온 거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뭐 이쁘니까.
기름을 채우고 불을 붙여본다. 선물이란 건 받는 사람도 기쁘지만 주는 사람도 기쁜 일이다. 형이 좋아해 줘서 다행이다.
집을 나서는데 하늘이 쨍~ 하다. 지하철역까지 걷기가 싫어서 버스를 기다려본다.
기다리는 동안 홀짝홀짝 마셔주는 Orangina. 왜 이건 점점 파는 곳이 줄어만 가는 건지 ㅜ.ㅡ
버스를 타고 간다. 다들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고 앞으로만 가고 있다.
인사동에서 만난 지우군. 오늘 들고온 카메라는 묵직한 Leica m3 (맞나?) 필름을 사들고서 잠깐 인사동을 걷는다.
인사동 한복판에서 만난 내복남. '해치지않아요.' 에이. 휴일엔 인사동 사람 너무 많다.
한 바퀴 인사동을 돌고서 홍대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필름을 감도 400짜리로 갈아 끼우고선 확인 shot! 지우 카메라가 어슴푸레 보인다.
지우가 만들어 붙였다는 필름 Label. 깔끔하군. 흑백 필름 사업을 접은 코닥과 반대로 흑백필름을 꾸준히 생산하고 있는 Rollei표 '수제?!' 흑백필름.
카메라와 나 손과의 거리. 이만큼. 저 정도.
홍대에 도착해서 준정, 소희양과 만났다. 저녁을 간단히 때우기로 하고 홍대 정문 앞 놀이터 근처 분식집엘 들어섰다.
그다지 맛있었다는 기억은 없는데... 뭔가 거창해 보이는 돈까스 덮밥.
오늘 홍대 나들이의 목적은 재즈공연관람. 골목 어딘가에 있는 워터콕(http://www.watercock.co.kr)을 찾아 들어간다.
일찍 온 덕분에 꽤 좋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 중. 슬쩍 비추는 빛이 악기들의 모습을 비춘다. 시작 직전 '흥'군도 합류해서 오늘의 멤버는 다섯.
조금 기다린 후에 공연이 시작되었고 무대는 순간 사람과 음악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여성 재즈 보컬 '정말로'씨가 이끄는 말로밴드의 공연. 지우는 아예 마주 보고 앉았다. 손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서의 공연. 목소리의 울림과 손짓 하나하나가 자세히 느껴진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의 피아노는 조금 쓸쓸하다.
카운터를 밝히던 등을 뒤로하고 클럽을 나선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소희는 중간에서 빠이빠이.
성수역. 성수행 열차를 탄 탓에 한번 갈아탄다.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신천역 어딘가의 골목 양꼬치집. 맥주를 들이켜고 배를 채우고 이야기를 마신다.
한껏 알딸딸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앞 놀이터.
집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은 노란 불빛만 가득하다. 인사동, 홍대, 잠실. 내가 좋아하는 동네 이름을 추억하며 집으로 들어선다.
postScript 안에서 지내야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조금은 게으름을 피우며 지내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얼른 나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