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그다지 바쁘지 않을 듯한 기분에 느긋하게 걷고 느긋하게 버스를 탄다.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산업인력공단 동부지사. 별생각 없이 치렀던 정보처리기사 필기가 덜컥 붙어서 실기 시험을 보려면 서류를 내야 한다. 버스에서 만난 고등학생들. 정보산업고 다니는 아이들인가? 왁자지껄해서 꽤 정신이 없다.
조금 구석진 곳에 자리한 동부지사 건물.
한참을 기다려 서류를 접수하려 했더니 뭔가 모자라단다. 몇 번이나 전화로 확인했을 땐 필요 없다고 하더니 ㅜ.ㅡ
어쨌거나 다음 약속을 향해 지하철에 오른다. 두 번째 목적지는 동국대학교. 그리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만난 탐나는 접는 자전거 brompton.
서류를 꼼꼼히 따져보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본다. 전화를 몇 통화하고 결국 전에 다니던 회사에 들르기로 했다. 갑자기 -_- 바빠지기 시작한다. 흑.
걸음을 재게 놀려 지하철을 옮겨탄다. 괜스레 마음만 급해지고 있다.
충무로역을 나서서 동국대로 향한다. 오랜만에 신상군(sinsang.net)을 잠깐 보기로 했다.
왠지 맘에 드는 골목길 풍경. 좁고 길게 뻗은 공간. 내가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과 닮았다.
동국대 후문 근처. 수업 가운데 잠깐 시간이 난 신상을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신상군이 자랑삼아 꺼내놓은 노트북 TG averatec 2300 어쩐지 팔아버린 노트북이 생각나 아쉽다.
오랜만에 만난 아쉬움을 채 다 풀기도 전에 뜨끈한 갈비탕 국물을 후루룩 마셔버리고선 급히 일어났다.
대한극장을 지나 근처에 있는 사진재료 가게에서 필름을 몇 통 샀다.
필름을 사고 나서 신상군과 수다를 떨며 또 얼마간을 걷는다.
명동역에서 지하철에 오른다. 다시 이동 시작.
황급히 지하철을 갈아타고 향하는 세 번째 목적지는 전에 다니던 회사가 있는 광흥창.
가만히 앉아 자기세계에 빠진 사람들. 이럴 때면 왠지 빠르게 흐르는 시간. 슬슬 시계를 자주 보기 시작.
오랜만에 들른 익숙한 느낌의 광흥창역. 근 1년간을 매일같이 드나들던 곳.
이사님께 인사드리고 모르는 직원들의 어색한 눈총을 받으며 급하게 서류를 준비하고 다음 목적지를 확인. 이번엔 산업인력공단 본부로 간다. -_-;
회사를 나서 어린이 보호재단 빌딩을 뒤로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벌써 3시 반.
또 한 번 지하철에 오르고 공덕역을 향해 달린다.
공덕역 도착. 별로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한참 걸린듯한 기분을 달래가며 -_-; 걸음을 재촉한다.
한참 멀리 보이는 산업인력 관리공단 본부 너무 멀어 보인다. ㅜ.ㅡ
언덕을 한참을 올라 본부 안쪽에 들어섰지만, 서류 접수하는 곳은 또 한참 올라가야 한다. 윽.
저 화살표가 맞는 건지 불안에 떨면서 올라가 본다.
드디어 도착. 근데 사람이 왜 이리 많니 ㅜ.ㅡ
문제의 재직증명서 및 관련서류. 이런 종이 몇 장이 내 경력을 말해준다니.. 그 것 때문에 이 고생을 한다는 것도 좀 우습다.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서류를 접수할 수 있었다.
지치고 힘든 몸을 지하철에 맡기고 반쯤 졸면서 기진맥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엔 신당역을 스쳐 지난다. 서울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기분.
우여곡절이 많은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올라가려다가 무심코 우체통을 본다. 이것도 이제 마지막인 건가. 다음에 나왔을 때는 이사를 가 있겠구나.
집에 들어가자마자 준비하고 부대로 나서는 시간 7시. 정신이 정말 한개도 없다.
postScript 음... 자주자주 올릴 마음에 사진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예전보다 글 올리는 시간이 한참 걸려서 당황스럽구만요.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