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골목길을 따라 거리로 나섰다. 어라? 어딘가 익숙한 풍경.. 여기 왔었던 것 같은데? ^^; 방황하며 돌아다니던 며칠 전 지나간 곳이다. 그때는 닫혀 있던 문이 지금은 활짝 열려있다. 후쿠오카가 좁은 건지 내가 오지랖이 넓은 건지. 어쨌거나 아는 길이 나오니 좋다. 밤과는 다른 낮의 풍경을 걷기 시작한다.
낡은 분위기의 건물 앞쪽으로 세련된 차들이 길을 달린다. 그 위로 옅은 하늘빛 햇살이 뿌리고 있다.
날씨가 정말 좋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해가면서 걸음을 옮긴다.
바닥을 보고 가다가 문득 바닥이 연둣빛으로 물드는 걸 느낀다. 올려다본 하늘에는 촘촘한 녹색 점들이 찍혀있다.
스치듯 지나치는 그들의 일상과, 흐르듯 걷고 있는 나의 일상이 짧은 시간 동안 겹쳐서 흐른다. 날씨 덕분인지 거리를 따라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활기찬 느낌이다.
길 한쪽에서 독특한 사진관을 발견했다. 증명사진 전문 스튜디오? 한가지로 특화된 가게가 활성화돼 있는 듯. 진열장을 가득 채운 증명사진을 잠깐 구경해 본다.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멋진 그라피티의 힙합매장도 발견. 자연스레 길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선다.
아기자기한 건물들 사이로 상점가 입구가 보인다. 사람들은 바쁘게 자신의 일상을 움직여간다.
큰길 뒤로 보이는 풍경은 한 발짝 옛날로 돌아간 듯 따뜻하다.
강가 근처에 다다라,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본다.
멍하니 앉아서 다리 위를 바라본다. 지나는 사람들, 자전거 건물들..
깔끔한 느낌의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조용한 분위기에 빠져본다.
다리 밑을 바라보는 아저씨. 뭐라도 빠뜨리신건가...
떠날 때가 되어서 그런지, 재잘대며 지나는 아가씨들의 수다도 어쩐지 정겨워서 그저 바라만 본다.
노트에 끄적끄적 낙서를 하다가, 주머니를 뒤져보니 이런.. 큰일 났다. 1일 승차권이 없다. 두 번밖에 안 탔는데. ㅜ.ㅡ
어디 흘린 건 아닐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괜히 우울해져서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서 가본다. -_-;
부리부리한 눈빛의 장금씨. 내 전철표 못 봤나요? ㅜ.ㅡ
길바닥을 쳐다보며 따라 걷다가, 전에 들렀던 후루사토관에도 들러서 물어보고 자책도 해보다가, -_-;
문득 고작 600엔짜리 티켓을 찾느라 아까운 시간을 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난 참 바보구나. 정신 차려야지!
좀 서운하긴(돈이 아깝긴) 하지만 도망간 전철표 따위는 잊어주겠다. 흑. 다시 걸음을 옮겨 길 곳곳에 내 발자욱을 남기기 시작한다.
길가다 마주친 포스터에서 괜스레 눈에 들어오는 FINAL이라는 글자. 계속 사고(?)를 치며, 나는 여행의 끝을 향해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