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물건이 가득한 기념품 가게가 있다.
귀여운 것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연꽃모양 장식품이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가죽으로 만든 십이간지를 나타낸 열쇠고리를 몇 개 만지작거리다가,
이거랑 이거 주세요! 했다.
친절하게 따로 포장도 해주고, 헷갈리지 말라고 스티커도 붙여준다.
이런 서비스 정신은 정말 배울 만하다.
기념품 가게를 나서는 벽에,
소년탐정 김전일을 그린 작가의 만화 포스터가 있다.
대충 읽어보기에는 지진보험(地震保?)이라고 적혀있다.
지진이 워낙 많이 나니까 보험도 따로 있나보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니까 그냥 넘어간다. -_-;
기념품 가게 처마에 테루테루보우즈(てるてる坊主)가 걸려있다.
비가 그치고 날씨가 개기를 바라며 다는 인형이라는데,
세상 어느 곳에도 모두 신이 있다고 믿고, 행복을 기원하는 일본인들은
작은 것이라도 무언가 기댈 곳을 찾아내는 것 같다.
기념품 가게를 나와서 생각해보니,
이 입장권은 -_- 처음에 둘러본 전시관에서만 써먹은 것 같다.
돈을 괜히 낸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흑.
박물관이 있는 골목 끝자락에는 절이 자리하고 있다.
쿠시다 신사(櫛田神社). 후쿠오카를 수호하는 신사의 총 본사답게 규모가 꽤 큰 편이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무서운 동물의 눈을 피해
신사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처마 너머로 비치는 하늘빛이
벚꽃을 통과해 옅은 푸른빛을 낸다.
박물관에서 봤던 하카타기온야마카사와도 관련된 신사인 듯.
이런저런 물건들을 둘러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역시나 빠지지 않는 운세쪽지.
붉은 색이 섞여있어서 눈에 확 들어온다.
단단히 묶어 놓은 모습에서
자신의 행운을 기원하는 사람의 손길이 느껴진다.
잔뜩 쌓인 전통적인 방식의 술통.
각각 다른 술도가를 나타내는 모양으로 만들어져서
이렇게 쌓아놓기만 해도 꽤 멋진 장식품이 된다.
각 지역의 술도가들은 자신들의 술을 신사에 바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한다.
세월이 느껴지는 물건들은
이 신사의 나이를 짐작하게 해준다.
도심에 위치한 신사에서 느끼는 낡음과 새것의 조화.
우리나라에서 내려오는 온고지신의 정신과도 통하는 느낌.
야마카사를 할 때 사용되는 수레가 전시되어있다.
저걸 여러 남자들이 뭉쳐서 들고 온 동네를 뛰어 다니는 게
일본의 전통적인 마쯔리인데,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저걸 들고 뛰어다닌다니.... 헐....
조용한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구석구석 햇살이 들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가지런히 붙어있는 소원첩이 내는 나무색이
환한 빛을 낸다.
아가씨 둘이 큰 돌을 잡고 낑낑대다가 날 보더니 같이 하자고 한다.
멋도 모르고 돌을 들려고 애쓰다보니 곧 가버렸다. -_-;; 뭐지...
힘을 시험하는 돌(試石)인 듯.
꽤 무거워서 움찔움찔하기만 하고 들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붉은 색의 도리이가 인상적인 경내를 둘러본다.
만개한 벚꽃과 신사를 둘러싼 건물들의 모습이
묘한 어울림을 만들어 낸다.
postScript
이번 주말엔 어쩐지 바빠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