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할인점에서 사왔던 도시락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그러고 보니 녹차도 반값이라 두개 샀다 -_-;
유스호스텔에서는 냉장고도 같이 쓰니 저런식으로 이름 붙여놔야 한다.
아아 만족스러운 반값 마크.
근데 무지하게 차가워서 밥이 맛없다. 반찬은 그럭저럭.
직원들이 모여서 식사하다가 '데워줄까요.' 이랬는데
당황해서 그냥 먹었다. 뎁혀먹을껄. ㅜ.ㅡ
유스호스텔에 묵는 사람들은 부지런한 것 같다.
같은 방을 썼던 영국 남자아이 둘과 오스트리아 아저씨 한명 모두 나가버리고 없다.
(어째서 어디서 왔는지 다 아는지는 비밀-_-이라기 보다 그냥 대충 물어봐서 알았다.)
다 나보다 빨리 사라진다.
늦잠을 자는 편이라서 그런가. -_-;
밥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고 유스호스텔을 나서려고 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아무생각없이 나온터라 -_-; 비오는 줄도 몰랐다.
순간 당황했지만, 큰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배낭에는 레인커버를 씌운다.
작은 카메라까지 무장하고 출발.
길을 건너 버스정류장에 갔다.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기도 하고
비온다고 늘어지는 것 같아서 그냥 걷기로 했다.
뭐 별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비맞고 돌아다니는 것도 꽤 재밌다.
어제 지나왔던 호수의 풍경이
우중충한 하늘아래 또 다른 모습을 그리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다시 길을 건넜다.
비오는 길가에 핀 벚꽃은 물기를 한껏 머금어 촉촉하다.
조금 더 걸어오다가 뒤를 돌아 보았다.
지나는 할아버지께서 노상방뇨를... -_-;;;;;
헛..
자그마한 꽃 나무도 더 진한 분홍빛을 뿌린다.
비를 마시고 흠뻑 취했다.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은 꽤 재미있다.
젖은 옷이 걱정되거나 메고 있는 배낭이 꽤 무겁다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광기가 있나 -_-;
빗물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필터를 씌운듯
꽃과 풀잎, 나무문.
제각기의 색이 한껏 터져나온다.
사잇길로 들어선다.
잠깐 가다가 길을 잘못 들었나 싶다. 비가 좀 더 내리기 시작했다.
돌아가서 큰길을 따라 갈까하는 생각에 뒤돌아서 발길을 돌렸지만,
지금 아니면 다시 못 볼수도 있다는 생각은 다시 가던 길로 나를 데려다 놓는다.
빨갛고 통통한 우체통이 반가워서 잠깐 멈추고 바라본다.
안개가 자욱한 골목을 따라 들어간 곳엔
자그마한 냇가가 있다.
얼핏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자그마한 공원 같은 곳이 있다.
빗물이 꽤 세게 내리치는 중이라서
나무들도 흔들흔들.
비스듬히 뻗은 나무 사이로 안쪽으러 들어가 본다.
사진엔 그리 잘 나오진 않았지만
비가 꽤 오고 있다.
물가에 번지는 물결들이 조금씩 소리를 내면서 재밌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맑은 날엔 이런 느낌의 자연을 만날 수 없다.
뭐하는 곳인지 궁금했지만,
올라가기 귀찮음으로 인하여 돌아나온다. -_-;
나무를 따라서 안쪽으로도 길이 나있다.
우중충한 하늘.
안개 때문에 멀리 보이지도 않는다.
나무 너머로 낡은 집들이 묵묵히 서있다.
뒤집어 쓰고 있는 점퍼에 달린 모자위로
투두둑거리며 내리는 비가 시원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postScript
10일째 여행기 시작입니다. 왠지 제 자신이 대견하군요. -_-;
올리고 보니 비오는 날 사진이네요.
장마가 다 지나고 이제 비가 좀 그치는 듯 합니다.
더운것도 그렇게 좋진 않지만 맑은 하늘을 볼수 있을 것 같아 좋아요.
사랑니가 있던 자리를 메꾸고 있던 실밥을 풀렀습니다.
말썽부리던 핸드폰 a/s도 받았구요. 가족끼리 복날이라고 외식도 했구요.
계속 집에서 빈둥거리니 좋네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