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씨와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올랐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지만 정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참 신기한 인연이었다는 생각.
이런 게 여행을 하는 재미인지도 모르겠다.
밝을 때 출발했지만 어스륵 해질 무렵 도쿄의 고가도로로 들어섰다.
하루종일 걸은 탓인지 뻐근해진 목을 부여잡고, 정신을 차려본다. 잠을 잘못 잤나. -_-;
Square Enix 라는 게임 제작사의 건물 간판이 반가워서 급하게 찍어봤지만
자세히 봐야 보인다. ^^
곧 버스가 멈추고 내렸다.
다음 이동할 곳 표를 끊으려고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전철역 안에 있는 녹색창구에서 교토행 버스 티켓을 끊었다.
다시 도쿄구나.
많이 알고 있듯이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다.
그나마 야간버스가 숙소와 교통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좀 저렴한 편.
티켓을 끊고 버스 타는 곳까지 확인을 했다.
이제 뭘 한다.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저녁 시간이 다 되었으니 밥이나 먹자.
술을 한잔할까 하는 생각에 닭 꼬치 골목을 찾아갔다.
형님들과 다닐 때 지나가본 기억을 되짚어 걷는다.
흐르는 사람들.
나도 따라 흐른다.
정신없는 불빛들이 내가 도쿄로 돌아왔음을 알려주는 듯하다.
'야키도리요코초'라는 닭 꼬치구이 골목.
꼬치와 맥주 한잔으로 저녁을 해결해 볼까 했지만, 왠지 비싸 보여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골목 끝까지 와버렸다. 사실 혼자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은 크다
배도 고프고 고민도 되고 해서 그냥 덮밥집 마츠야에서 티켓을 끊어버렸다.
싸게 먹는 건 이게 최고다. -_-
소고기덮밥을 시켰다.
밥을 시키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달걀 티켓도 같이 끊었었다. -_-;
가게 밖에있는 티켓 판매기로 놀라서 달려가 보니 티켓이 그대로 있다. -_-;
달걀도 주문.
후다닥 먹어버렸다. 뭐든 잘 먹는 게 내 장점이니까. 허허.
배고프면 다 맛있는 거 아닌가. ^^
며칠 전 들렀던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다 닳아버린 카메라 배터리도 좀 충전하고 지금까지 다녔던 것을 좀 정리해보기로 했다.
이곳은 벌써 세번째 오는구나.
콘센트가 근처에 있는 자리가 비기를 기다리다가
냉큼 자리를 잡았다.
자 충전을 해볼까?
엥?
이놈! 멀쩡히 있으면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ㅜ.ㅡ
충전도 못 하고 에잉...
한참을 앉아있으며 레몬 시럽 탄 냉수를 몇 잔 마셨다.
잔뜩 꺼내놓은 카메라와 렌즈, 배터리.
느긋하게 앉아서 낙서를 하고 시간이 흐르길 기다린다.
큰 카메라씨는 배터리가 오락가락한다.
아껴써야지 내일 아침까지는 충전할 수 없으니. ㅜ.ㅡ
요 사진 한 장 딱 찍어놓고는 배터리를 아껴본다.
새로 구입한 렌즈를 끼운 모습. 후드까지 끼워놓으니 뭔가 있어 보인다. -ㅁ-;
한참을 여행을 마친 다음이랄까, 군대랄까 하는 것들을 생각해봤다.
결론이 있는 생각들도 아니라서 끝없는 공상 속에 푹 빠져있다가,
언젠가부터 내가 신조로 삼고 믿고 있던 말을 적어 놓고 뿌듯해하다가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일어난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구나.
postScript
일주일의 시작입니다. 주말엔 집에서 늘어져 있다가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나왔습니다.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고. 맛난 라면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도 갔다가 글 올리러 스타벅스에 와있습니다. 먼저 들렀던 곳이 인터넷이 안되어 첩보작전(?)을 편 끝에 다른 곳에서 무사히 이렇게 끄적이고 있네요. 근처에 있던 친구커플도 만나게 되어 참 반가웠답니다. 친구들을 졸라서 바람 쐬러 갈 예정입니다. 날씨가 좋으면 하는데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