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70

20060406 온기를 찾아 걷다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붉은 흔적을 그리는 소화전을 따라서, 쓸쓸함을 떨어버리며, 사람의 흔적을 찾아 걸어간다. 동네가 가까워지는지 버스도 드문드문 다니고, 조금씩 사람 사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여전히 나는 흐르고 있고, 그 곁으로 하얗게 흐르는 꽃잎들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곳을 밝히는 초록빛에 익숙해져서 아담한 골목길을 지나친다. 두둥! 누구냐 넌. -_-; 지나던 길 한쪽에서 만난 어디서 본듯한 무표정 태양 씨. 놀라기도 했지만, 나름 애교 섞인 그림. 하하. 한참 작업 중인 듯한 곳을 슬쩍 들여다 보고는 다시 길로 나선다. 나무냄새가 좋다. 작은 집 앞에 달린 특이하고 조그만 명패에 눈이 쏠린다. 뭐 하는 곳일까. 묘하게 노란 불빛에 몽롱해진다. 아..

20060406 으슥한 골목길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굉음과 함께 지나는 자동차는 궤적만을 남긴 채 다시 날 혼자로 만든다. 길은 어느새 으슥한 어둠만을 그리고 있다. 머리 위로는 거대한 고가도로만 지난다. 거리에 사람은 보이질 않고 자동차만 지난다.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모를 도로는 붉을 밝히고, 그 자리에 있다. 조금씩 바람이 불어 카메라를 쥔 손을 흔들고 있다. 길을 잘못 고른 건가? 공장들이 모여있는 지역에 들어온 모양이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차를 제외하곤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의 수가 줄어들어 적당히 어둠을 긋고 있다. 환하게 밝힌 곳을 바라보면 기계들이 가득하다. 지금껏 다녔던 거리와는 또 다른 느낌의 골목길. 무언가를 나르는 커다란 크레인도 보인다. 보트도 드문드문 놓인 것이 바닷..

20060406 텅빈 거리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작은 길을 따라서 걷는다. 한적한 거리 한편에 투명한 사각형이 빛을 보듬고 있다. 흐릿한 눈으로 길을 바라본다.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걸까. 9시쯤 되었을까.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이지만, 착 가라앉은 조용한 거리. 흔하게 지나치기 쉬운 거리의 구석구석을 바라보며 걷는다. 텅빈 거리는 밤을 재촉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사람사는 곳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그래도 사람들이 살긴하는지 보육원도 있고, 공원같은 곳도 있다. 후쿠오카 시립 중앙 시민 수영장도 나타난다. 이름은 거창한데 아담한 규모. 차들은 많이 지나는데, 걷는 사람은 없다. 희한하네.. -_-; 잠깐서서 뒤를 돌아보다가, 줄줄이 불켜진 아파트를 바라..

20060406 후쿠오카 돔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드문드문 불을 밝힌 길을 따라서 걷는다. 어둠은 점점 더 깊어져 간다. 검은 하늘 아래로 늘어선 둥근 모양의 건물이 눈길을 붙든다. 예쁜 문양을 찍어 놓은 것 같다. 가로등은 나뭇잎 사이에 숨어서 녹색 빛을 내며 길을 물들인다. 여전히 거리는 쓸쓸하다. 좀 넓은 곳에서 바라보니 동그란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 후쿠오카돔이구나.. 거대하게 동글동글한 느낌. -_-; 근처로 흐르는 바닷물엔 노란빛만 짙게 물들어 있다. 잠깐 걸터앉아 바람을 들이쉰다. 옅은 푸른빛을 내는 구름 낀 하늘은 조용하기만 하다. 입구로 한번 가볼까.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간다. 으아~ 넓구나. 근데 여기도 사람이 없다. 윽. 좀 무섭기도 하지만, 워낙에 밝게 해놓..

20060406 후쿠오카 타워 근처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흐릿한 하늘사이로 쭉~ 뻗어있는 후쿠오카 타워. 삐죽빼죽하다. 조금씩 낮게 깔리는 하늘빛을 받기 시작한 거리를 지난다. 회색과 주황색의 경계를 아우르는 묘한 하늘빛 사이로 지나는 차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좀더 가까이 다가간 후쿠오카 타워. 이곳은 방송 송신탑으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묘한 분위기의 조각상이 늘어선 길을 따라 걷는다. 바닷가에 가까워 온걸 몸이 느끼는지 바람이 차다. 옷깃을 조금 여며본다. 어스름이 깔리는 거리로 가지런히 줄 맞춘 전등에 불이 들어온다. 저녁때가 다됐구나.. 붉은 조형물 사이로 입구가 보인다. 얼른 들어가 볼까나. 재게 발을 놀리는 중에 발견한 맥도날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모습이 어색하다. -..

20060406 텐진 거리풍경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반질반질 윤이나는 붉은 잎을 마주하고 멈춰선다. 잠깐 시선을 멈춘다. 다시 발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호리공원으로 통하는 길은 여전히 한가한 분위기. 다정히 걷는 두 친구와, 바삐 걸음을 옮기시는 할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 지하철역을 향해 걸음을 옮기다가 잠깐 서서 그들의 일상을 훔친다. 지하철역에 들어서서 어디를 갈까 잠깐 고민을 해본다. 1일승차권을 파는 자판기. 무슨이유에서인지 판매중지 중.. 텐진으로 가볼까?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귀여우신 할아버지, 할머니. 서울구경나온 시골 부부같은 정겹고 따뜻한 느낌. ^^ 다시 열차가 멈추고, 나는 사람들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걷다보니 텐진 지하도가 나왔다. 어디로 갈지 딱히..

20060406 오호리공원을 나서다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한적해 보이는 정자가 보인다. 휘적휘적 가까이 걸음을 옮긴다. 정자에서는 새들과 사투를 벌이는 한 소년이.. -_-; 생각보다 커다란 몸집의 까마귀도 보인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라고 한다. 한참을 새를 쫓으며 노는 아이의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날렵히 몸을 옮기는 비둘기씨. 어쩐 일인지 서울역에 살고 계신 그분 보다 날씬하시다. -_-;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새들이나, 비둘기를 겁내지 않는 아이가 자연스레 친구가 된다.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즐겁고, 행복한 순간순간에 들뜬 기분이 되어서는, 정자를 뒤로하고 다시 산책길에 나섰다. 한바탕 수영을 마치고 몸단장하는 오리들도 반갑다. 조금 길죽한 다리를 지나쳐 호수의 ..

20060406 치요겐조구치역 근처

Flow to Japan 14th day Fukuoka, Japan 덩그러니 놓인 빨간 꽃을 따라서, 좁다랗게 뻗은 골목길을 따라서 걸음을 옮긴다. 자민당이라고 콱! 박힌 건물. 좀 생뚱맞긴 하지만 모양이 깔끔하니 보기 좋다. 고이즈미의 사진이 보이는 듯도... -_-; 거친 질감의 벽을 지나서 도시락을 든 회사원이 길을 걷는다. 나른한 오전의 한순간. 나는 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볕을 받은 나뭇잎이 색색으로 빛을 낸다. 뭔가 잔뜩 붙어있는 게시판은 덩그러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길 한 편에 조심스레 고개를 디미는 별 모양 꽃. 어쩐 일인지 반갑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랄까. 종이로 접어놓은 것 마냥 고운 잎을 펴고 햇살을 담는다. 그 순간과 그 빛. 한 줄기 바람을 담아본다. 역 근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