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ushu, Japan 2012/fukuoka

20120202 / 신칸센 타기 / 후쿠오카

pakddo 2012. 7. 14. 17:20


이른 아침 자전거를 타고 각자의 일상으로 향하는 학생들과 직장인 사이에 휩쓸려 기차역으로 향한다. 그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느낌으로 아침 거리를 걷는다. 오늘부터 3일간은 규슈 레일 패스를 이용한 일정.



그리 춥지 않은 날씨지만 쌓인 눈이 아직 남아 있다. 사이사이로 얼굴을 내민 색색의 꽃들이 봄을 알리는 것 같아 반갑다. 오히려 하얀 눈과 어우러져 그 빛깔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JR 하카타역에 거의 다 왔을 무렵 흐릿했던 하늘 사이로 파란빛이 보인다. 날씨가 좀 좋았으면 좋겠는데... 과연 오늘은 어떤 날씨와 풍경들을 보게 될지 설렌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에서 미리 구매해간 레일패스 교환증을 꺼내 들었다. 미도리 구치라고 쓰여있는 곳은 다 같은 줄 알고 아무 데나 들어갔었는데 여기서 바꾸는 게 아니란다. 같은 역 내에서도 각자 운영하는 회사가 달라서 업무 처리하는 내용도 다르다. 일행들에게 내가 여기 맞다고 우겼었는데 틀려서 조금 무안했다. 



아 제대로 찾았구나. 중국인 같아 보이는 직원이 있는 창구에 도착해서 레일 패스를 받는 데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사라졌다.



기다리는 동안 매표소 풍경을 관찰.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의 기분은 어디나 비슷한가 보다. 어딘가 모르게 들뜬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소리가 뭉쳐서 웅성거린다. 



순간 포착. 어느 순간 화면의 전체에 초점이 또렷하게 맞은 사진이 맘에 들 때가 있다. 사람들의 표정과 말소리가 들리는듯한 사진에 만족하고 있을 때쯤 사라졌던 승무원이 나타나 레일 패스를 건네준다.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보니 시간이 좀 여유가 있다. 역 개찰구 안쪽에 있는 커피관(珈琲官kohikan) 이라는 이름의 커피숍에 들어선다. 입구 쪽에 가격이 적혀 있는 걸 보고 들어가기 전에 물어봤더니 테이크 아웃 가격은 매장에서 먹는 거랑 다르다고 한다. 메뉴에 적혀 있는 걸 적당히 읽고 주문을 마친다. 



숯불(炭火sumibi) 로스팅을 한다는 카페. 향과 맛, 바디감 등에 대해서 그래프로 표시해놓은 점이 독특하다. 사람마다의 취향 차이를 확실히 존중해준다는 느낌이랄까...



내가 시킨 커피는 완연(完然kanzen) 커피. 맛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꽤 맘에 들었다. 매장 분위기며 서빙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옆자리에 한국 사람 무리가 들어서서 대화를 나눈다. 출장을 다니러 온 사람들인 모양이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담배를 피우러 흡연실에 들어간 준호를 보며 낄낄대다가 시간이 되어 기차를 타러 이동한다.



단순히 실내 장식으로 해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이폰에 조명이 장치되어 있고 아마도 그걸 이용해서 커피를 내리는 것 같다. (사진엔 잘 안 나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지 못했던 풍경이라 신기하다. 기념촬영을 즐기는 원선배와 준호는 가게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씩 찍었다. 아직은 좀 어색해서 그런지 나는 그다지 내키지 않아 다음에 언젠가 이 곳을 또 들를 수 있길 바라는 맘만 가지고 그냥 돌아선다. 



처음 타보는 신칸센에 자릴 잡고 앉아서 레일패스 기념 촬영. 설레는 마음이 한가득 이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자유석으로 탈 수 있는 칸이 아닌 지정석 칸에 타고 있단 걸 깨달았다. 자기 자리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니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졸지에 메뚜기 신세가 되어버렸다.



구석 쪽에 자릴 잡고 서서 가기 시작하는데 무언가 꾸물거린다. 귀여운 강아지씨. 너도 여행하는구나. 주인이 애정이 담뿍 담긴 손길로 쓰다듬어주며 교감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 꽉 들어찬 열차 안.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지? 자리가 어째 하나도 없냐.